일본 만화 <원피스>를 본 사람들은 누구든지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훌륭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 감탄해본 적이 있을것이다.
나역시 <원피스>에 감정을 완벽하게 조종당했다.
아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다니! 정말 최고의 만화였다.
나는 <드래곤볼>로 인해 처음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사실 낙서나 다름없었지만)
여덟살때부터 지금까지 14년동안을 오직 만화가만을 꿈꾸며 살아왔다.
그리고, 일본만화에 미쳐있었다. 나에게 일본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때문에
음악, 만화, 일본어의 멋진 한자음, 심지어 천황제까지 나에겐 멋지게만 보였던것이다.
그에비해 내가 태어난 한국은 정말 볼품없고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열 세살이 되던 해에, 우연히 아버지의 책장에서 이상한 이름의 책을 꺼냈다.
바로 <한단고기(桓檀古記)>였다.
그때부터 내 어린 마음은 애국심과 한국인으로써의 자부심으로
가득차 일본 따위는 우습게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어린 나이였기때문에 주체없이 국수주의에 빠져버리고 말았지만,
그 일은 내 인생에있어 나를 완전히 뒤바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수많은 역사책이나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의 다른 견해를 읽어가면서
나의 어지러운 국수주의사관은 점차 단재 신채호가 말하는 민족주의자로서의 사관으로
성숙되어갔고,(사실 민족이란 개념은 최근에 생겼지만, 내 민족주의에 대해선 다음에 설명하겠다.)
그와 함께 나의 자아 정체성도 확립되어갔다.
그후 줄곧 내가 그릴 만화의 소재를 우리 역사에서 찾았다.
알타이어족의 신화는 정말 멋진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다.
고구려사에 심취하게 되면서 고구려사에는 만화가 접근할 만한 매력적인 소재가 넘쳐나고,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줄 신화와 영웅적인 소재, 정신성이 곳곳에 배어있는걸 느끼니,
세상에 이만한 보물창고가 더 없는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멋진 소재들로 그린다고 해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잘 팔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들을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세련되게 다듬고, 당연하지만 기승전결이 뚜렷한
재밌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원피스>를 읽게 된것이다.(나에게 이미 국수주의는 사라진지
오래이므로 지금은 일본만화에서 취할건 취해 내 만화에 반영해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재밌게 읽는다.)
정말 <원피스>는 내가 바라던 이상(理想)의 만화였다.
몇번을 감동과 슬픔에 울고, 기쁨에 겨워 가슴이 뛰었다.
<원피스>로 인해 꺼져가는 나의 만화에대한 열정도 다시 타올랐다.
그래, 바로 이거다.
내 만화는 아마도 <원피스>처럼 밝고 힘찬 만화가 될 듯 싶다.
내 만화로 하여금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우리 고대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더불어 내 만화로 인해 역사를 소재로 한 만화출판이 활성화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
그러자면 히트를 쳐야겠는데..(사실 마누라 먹여 살리기 위해서도 잘 팔려야한다.)
<원피스>는 나의 갈 방향을 제시해준 내인생에 있어 정말 잊을수없는 최고의 걸작이다.
아직 만화를 그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들이 많지만, 꼭 그리고 말것이다.
꿈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4/05/30 2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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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원피스>를 본 사람들은 누구든지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