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2007/11/26 14:38:36	9289     0

건데기

요즘 감기때문에 갈래가 많이 생기니 문득 떠 오르는 기억이. 담배를 많이 피울 때 얘기입니다. 열 아홉쯤? 추운 겨울날 아침 버스 안에 사람들이 가득차 창이 뿌옇게 서려 남들이 손가락으로 장난친 조금한 틈으로 밖을 내다 보며 가고 있었죠. 재채기가 나길래 한 번은 참았는데 두번째는 참다가 참다가 어쩔 수 없이 앞에 사람이 앉아 있어니 손을 가리고 했습니다. 뭔가 입 안에서 아주 큰 게 나온 듯한데 손에도 없고 버스창에도 없는 거예요. 다행스럽게 다들 피곤한지 모두 눈을 감고 있었고 혼자서 열심히 두리번 두리번 찾았습니다. 순간 경악했죠. 제 앞에 앉은 분이 여대생 같았는데 감은 머리가 덜 마랐는지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났습니다. 약간 뒤쪽만 말아 올린 파마 머리였는데 그 안에 정체 불명의 건데기가 걸려 있더군요. 손가락만한 크기였는데 진액이라 그런지 정말 천천히 내려 오더군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더군요. 차 안에서 닦고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아님 사람이 많으니 내려서 따라가 얘기를 해야하나 혼자 그러다가 다음 정거장이 학교 앞이라 내리더군요. 따라 내렸는데 바로 친구들 만나 재잘거리길래 뒤돌아 섰죠.

, 2007/11/26 14: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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